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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호상(好喪)​

by 노연화 2020. 2. 9.

 

호상(好喪)

 

노연화

 

오월 허공에 눈 온 듯 하얀 꽃을 매단

아까시꽃 휘청 가지가 출렁이는데

바람이 일 때마다 향기가 쏟아진다

오월에 유난히 조문(弔問)이 잦다

장수(長壽)라 호상(好喪)이겠으나

뉘 집 상가에도 호상이란 없다

여느 꽃은 필 때 향기가 진동한다

아까시꽃은 질 때 향기가 절정이다

장례식장 안까지 꽃향기가 흠씬하다

좋은 계절에 세상을 뜬다는 것은

망자나 산자나 복이거나 슬픈 일이다

죽음에 관한한 봄은 이중성이다

거짓말처럼 어느 날 꽃이 지더라도

거짓말처럼 남은 자들은 또 살아간다

다만 행복했던 날들을 가끔 추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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