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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복사꽃 밭을 지나며

by 노연화 2020. 4. 8.

 

복사꽃 밭을 지나며

노연화

배가 고파서 침을 꿀꺽 삼키고

괜히 흠흠 목청을 가다듬어 보는데

아이고 부끄럽게도 들켜버렸네

저 복사꽃 어쩜 저리 고우냐. 볼이 붉다

내 창백한 허기도 붉게 전염되어

그만 부끄럽다고 변명하기로 한다

한낮에 외간 남자와 눈이라도 맞은 듯

불온한 밀애의 빛깔 두근거리는 심장

늘 가슴 한 쪽이 텅 비어 있었다고

지난겨울 쓸쓸하고 고독했었다고

거짓말 같은 고백이라도 했는지

목덜미 스멀스멀 불그스름한 뺨

이것이 마지막 연애일지도 모른다고

삼류소설 쓰는 낭만쯤으로 치부하고

그것이 영혼의 허기였는지

그렇다 해도 저질러나 보자며 피어나는

저 아픈 교태가 왜 이리도 슬픈지

그 마음이 이해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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