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꽃 밭을 지나며
노연화
배가 고파서 침을 꿀꺽 삼키고
괜히 흠흠 목청을 가다듬어 보는데
아이고 부끄럽게도 들켜버렸네
저 복사꽃 어쩜 저리 고우냐. 볼이 붉다
내 창백한 허기도 붉게 전염되어
그만 부끄럽다고 변명하기로 한다
한낮에 외간 남자와 눈이라도 맞은 듯
불온한 밀애의 빛깔 두근거리는 심장
늘 가슴 한 쪽이 텅 비어 있었다고
지난겨울 쓸쓸하고 고독했었다고
거짓말 같은 고백이라도 했는지
목덜미 스멀스멀 불그스름한 뺨
이것이 마지막 연애일지도 모른다고
삼류소설 쓰는 낭만쯤으로 치부하고
그것이 영혼의 허기였는지
그렇다 해도 저질러나 보자며 피어나는
저 아픈 교태가 왜 이리도 슬픈지
그 마음이 이해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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