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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탁,스르륵

by 노연화 2020. 4. 8.

 

 

탁,스르륵

노연화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

아무도 모르면 더 좋겠다

쓰다 남은 이면지

북. 찢어 뜯어놓은 스프링 노트 한 장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히 휘갈긴 문장 한 줄에

혼자 빙긋 웃음 흘리며 흐뭇해 하며

이런 게 시야. 하고

해탈한 선승 흉내 내듯 가볍게

휙, 휴지통으로 던져도 아깝지 않은

꽃도 그렇게 핀 몸을

잎도 그렇게 틔운 영혼을

탁, 스르륵 놓아버리지

봄, 저 화사한 볕 아래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피고 지는

나의 시도

나의 삶도

눈물나게 어여쁜 것이니

열심히 살아가고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마저도 어여쁘니

해탈이 뮈 따로 있겠는가

미련없이 탁, 스르륵 놓아버리는

던져버리는 즐거운 놀이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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