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스르륵
노연화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
아무도 모르면 더 좋겠다
쓰다 남은 이면지
북. 찢어 뜯어놓은 스프링 노트 한 장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히 휘갈긴 문장 한 줄에
혼자 빙긋 웃음 흘리며 흐뭇해 하며
이런 게 시야. 하고
해탈한 선승 흉내 내듯 가볍게
휙, 휴지통으로 던져도 아깝지 않은
꽃도 그렇게 핀 몸을
잎도 그렇게 틔운 영혼을
탁, 스르륵 놓아버리지
봄, 저 화사한 볕 아래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피고 지는
나의 시도
나의 삶도
눈물나게 어여쁜 것이니
열심히 살아가고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마저도 어여쁘니
해탈이 뮈 따로 있겠는가
미련없이 탁, 스르륵 놓아버리는
던져버리는 즐거운 놀이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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