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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산책, 유채꽃밭 https://youtu.be/oq0BE5f77Xs 2020. 4. 8.
복사꽃 밭을 지나며 복사꽃 밭을 지나며 ​ 노연화 ​ 배가 고파서 침을 꿀꺽 삼키고 괜히 흠흠 목청을 가다듬어 보는데 아이고 부끄럽게도 들켜버렸네 저 복사꽃 어쩜 저리 고우냐. 볼이 붉다 내 창백한 허기도 붉게 전염되어 그만 부끄럽다고 변명하기로 한다 ​ 한낮에 외간 남자와 눈이라도 맞은 듯 불온한 밀애의 빛깔 두근거리는 심장 늘 가슴 한 쪽이 텅 비어 있었다고 지난겨울 쓸쓸하고 고독했었다고 거짓말 같은 고백이라도 했는지 목덜미 스멀스멀 불그스름한 뺨 ​ 이것이 마지막 연애일지도 모른다고 삼류소설 쓰는 낭만쯤으로 치부하고 그것이 영혼의 허기였는지 그렇다 해도 저질러나 보자며 피어나는 저 아픈 교태가 왜 이리도 슬픈지 그 마음이 이해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 2020. 4. 8.
배꽃 밭을 지나며 배꽃 밭을 지나며 ​ 노연화 ​ ​ 눈이 내렸던가 사월 벌판 하얗다 ​ 어디쯤에서 당신이 걸어갔는지 듬성듬성 발자국 보이는 듯도 하다 ​ 오래 기다렸던 봄꽃 어느 날 떨어지고 푸른 잎 돋아도 ​ 나는 못 본 척 그냥 지나가려네 세월처럼 흘러가려네 ​ 만나고 헤어지는 일 가고 오는 그 모든 이유도 바람아 묻지 말아라 ​ 피어도 그만 져도 그만 슬쩍 곁눈질로 보는 꽃 인연도 그렇게 놓아주려네 ​ ​ 2020. 4. 8.
탁,스르륵 탁,스르륵 ​ 노연화 아무도 몰라도 괜찮다 아무도 모르면 더 좋겠다 쓰다 남은 이면지 북. 찢어 뜯어놓은 스프링 노트 한 장 아무것도 아닌 듯 무심히 휘갈긴 문장 한 줄에 혼자 빙긋 웃음 흘리며 흐뭇해 하며 이런 게 시야. 하고 해탈한 선승 흉내 내듯 가볍게 휙, 휴지통으로 던져도 아깝지 않은 꽃도 그렇게 핀 몸을 잎도 그렇게 틔운 영혼을 탁, 스르륵 놓아버리지 ​ 봄, 저 화사한 볕 아래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피고 지는 나의 시도 나의 삶도 눈물나게 어여쁜 것이니 열심히 살아가고 죽음을 향해 가는 시간마저도 어여쁘니 해탈이 뮈 따로 있겠는가 미련없이 탁, 스르륵 놓아버리는 던져버리는 즐거운 놀이인 걸 ​ ​ 2020. 4. 8.
벚꽃 환생 벚꽃 환생 ​ 노연화 ​ ​ 이번 생은 망했어, 이 말이 위로가 될 줄 몰랐다 ​ 망한 생이 억울한 것이 아니라 포기하고 다 내려놓으니 편했다 ​ 다음 생에는 아무것으로도 환생하지 않을 거야 꽃으로도 태어나지 않을 거야 ​ 환생은 아무나 하나 공덕도 없이 적멸하려는 심보 ​ 엎치락뒤치락 잠도 안 오는 벚꽃 날리는 사월 어느 날 밤 ​ 유성우 길게 꼬리를 끌었다 강원도에는 사월 폭설이라는 뉴스가 쏟아졌다 2020. 4. 8.
질문 질문 ​ 노연화 ​ ​ 작년에 스러진 꽃 올해 다시 피어나는 것을 보다 ​ 죽음에서 새삶이 생성되는 이치 혼돈 속에서 질서가 생겨난다 ​ 통합되고 분리되는 윤회의 고리 나는 지금 어디쯤 걸어가고 있나 ​ 밤이 있어 새벽이 탄생하니 밀알이 썩어야만 새순이 돋는구나 ​ 분수에 없는 부귀영화를 바랐던가 짧은 생애 명예와 권력을 탐했던가 ​ 예순이라는 나이도 조금 늙은 척하며 자주 생각이 깊어지는 까닭에 ​ 나 다시 돌아갈 곳 어디인가 묻느니 지나가는 까마귀가 시끄럽다 짖는다 ​ 다 부질없다 의문조차 욕심이려니 자족하고 살면 두려움도 깃털같아 ​ 고맙고 미안하고 황송할 따름 이생에서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 2020.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