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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2020. 2. 9.
호상(好喪)​ 호상(好喪)​ 노연화 ​ 오월 허공에 눈 온 듯 하얀 꽃을 매단 아까시꽃 휘청 가지가 출렁이는데 바람이 일 때마다 향기가 쏟아진다 ​ 오월에 유난히 조문(弔問)이 잦다 장수(長壽)라 호상(好喪)이겠으나 뉘 집 상가에도 호상이란 없다 ​ 여느 꽃은 필 때 향기가 진동한다 아까시꽃은 질 때 향기가 절정이다 장례식장 안까지 꽃향기가 흠씬하다 ​ 좋은 계절에 세상을 뜬다는 것은 망자나 산자나 복이거나 슬픈 일이다 죽음에 관한한 봄은 이중성이다 ​ 거짓말처럼 어느 날 꽃이 지더라도 거짓말처럼 남은 자들은 또 살아간다 다만 행복했던 날들을 가끔 추억할 뿐이다 ​ ​ 2020. 2. 9.
질문 질문 ​ 노연화 ​ ​작년에 스러진 꽃 올해 다시 피어나는 것을 보다 ​ 죽음에서 새삶이 생성되는 이치 혼돈 속에서 질서가 생겨난다 ​ 통합되고 분리되는 윤회의 고리 나는 지금 어디쯤 걸어가고 있나 ​ 밤이 있어 새벽이 탄생하니 밀알이 썩어야만 새순이 돋는구나 ​ 분수에 없는 부귀영화를 바랐던가 짧은 생애 명예와 권력을 탐했던가 ​ 예순이라는 나이도 조금 늙은 척하며 자주 생각이 깊어지는 까닭에 ​ 나 다시 돌아갈 곳 어디인가 묻느니 지나가는 까마귀가 시끄럽다 짖는다 ​ 다 부질없다 의문조차 욕심이려니 자족하고 살면 두려움도 깃털같아 ​ 고맙고 미안하고 황송할 따름 이생에서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 ​ ​ 사족ㅡ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소크라테스를 피타고라스학파의 철학자 심미아스와 케베스.. 2020. 2. 8.
걷는 사람 2020. 2.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