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 석양 2020. 2. 9. 호상(好喪) 호상(好喪) 노연화 오월 허공에 눈 온 듯 하얀 꽃을 매단 아까시꽃 휘청 가지가 출렁이는데 바람이 일 때마다 향기가 쏟아진다 오월에 유난히 조문(弔問)이 잦다 장수(長壽)라 호상(好喪)이겠으나 뉘 집 상가에도 호상이란 없다 여느 꽃은 필 때 향기가 진동한다 아까시꽃은 질 때 향기가 절정이다 장례식장 안까지 꽃향기가 흠씬하다 좋은 계절에 세상을 뜬다는 것은 망자나 산자나 복이거나 슬픈 일이다 죽음에 관한한 봄은 이중성이다 거짓말처럼 어느 날 꽃이 지더라도 거짓말처럼 남은 자들은 또 살아간다 다만 행복했던 날들을 가끔 추억할 뿐이다 2020. 2. 9. 질문 질문 노연화 작년에 스러진 꽃 올해 다시 피어나는 것을 보다 죽음에서 새삶이 생성되는 이치 혼돈 속에서 질서가 생겨난다 통합되고 분리되는 윤회의 고리 나는 지금 어디쯤 걸어가고 있나 밤이 있어 새벽이 탄생하니 밀알이 썩어야만 새순이 돋는구나 분수에 없는 부귀영화를 바랐던가 짧은 생애 명예와 권력을 탐했던가 예순이라는 나이도 조금 늙은 척하며 자주 생각이 깊어지는 까닭에 나 다시 돌아갈 곳 어디인가 묻느니 지나가는 까마귀가 시끄럽다 짖는다 다 부질없다 의문조차 욕심이려니 자족하고 살면 두려움도 깃털같아 고맙고 미안하고 황송할 따름 이생에서 지금 존재한다는 것이! 사족ㅡ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죽음을 기다리는 소크라테스를 피타고라스학파의 철학자 심미아스와 케베스.. 2020. 2. 8. 걷는 사람 2020. 2. 8. 이전 1 2 3 4 다음